풍성한 가을, 월미공원은 전통문화 체험 공간
 
10월까지 알찬 체험행사 연이어…입맛 당기는 나들이

가을의 향기가 짙어가는 이즈음에 어울리는 복합적 문화공간으로 어떤 곳이 있을까? 도서관이나 극장, 공연장도 좋겠지만 자연이 숨쉬는 공원은 어떨까! 전통문화를 체험하며 선조들의 지혜와 삶을 배울 수 있는 월미공원으로 풍요로운 가을맞이를 떠나보자.

월미공원은 전통혼례를 시작으로 이달부터 풍성하고 알찬 체험행사를 10월말까지 이어간다. 지난 4일 월미공원 한국전통정원 양진당에서 전통혼례식이 치러졌다. 무형문화재 인천근해 도서지방상여소리보존회원들이 옛 모습, 옛 방식 그대로 재현해 우리 조상의 혼례문화를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조상들은 풍습에 따라 부락에 애경사가 있을 때면 당산나무를 향해 안녕과 경사에 바라는 도당제를 올렸고 도당제가 끝나면 마을사람들, 친인척이 다 모여 혼례식을 치렀다고 한다. 도당제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집안의 어르신들만 참여했고 신랑과 신부는 참여하지 않았다.

도당제를 마친 후 신부집 마당에서 주례사(집례)의 혼례홀기(笏記)에 따라 혼례가 진행되었다. 혼인식의 첫 순서는 ‘전안례’다. 신랑이 신부의 집에 가서 신부의 주혼자(主婚者)에게 기러기를 드리는 예식으로 기러기의 세 가지 덕목을 본받자는 뜻이다. 세 가지 덕목은 ‘사랑의 약속을 영원히 지키고 짝을 잃으면 결코 다른 짝을 찾지 않고 홀로 지낸다.’, ‘상하의 질서를 잘 지킨다.’, ‘훌륭한 삶의 업적을 남길 수 있는 사람이 되라.’ 등을 일컫는다.

기럭아범이 신랑에게 기러기를 건네주자 신랑은 기러기의 머리를 좌로 하여 전안상에 이르러 북향으로 무릎 끓고 앉아서 기러기를 상 위에 올려놓는다. 그러면 신부의 어머니가 나와 전안상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는 혼인을 허락한다는 뜻이다. 전안례가 끝나면 신랑과 신부는 교배례를 나누게 되는데 신랑신부가 초례청에서 처음으로 상견하게 된다. 상견이 끝나면 신랑과 신부는 서로 맞절을 나누며 서로에게 백년해로를 서약한다.

가족과 함께 월미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대청마루에 앉아 전통혼례식을 지켜봤다. 진지하게 진행된 혼례식이었지만 사소한 실수와 주변의 추임새로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엄마, 아빠도 저렇게 한복 입고 결혼했어요!”
“아빠, 엄마는 드레스와 양복을 입고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했어!”
“나도 저 옷 입고 싶다!”
“신랑, 신부 웃는 거봐. 딸이다, 딸이야!”
“신부가 술도 잘 마시네. 원샷했나? 입만 대는 건데…”

신부의 옷이 예뻐서인지 아이는 눈을 떼지 못했고 신랑신부가 부러워서인지 구경꾼들의 재미있는 입담들이 대청마루에 가득했다. ‘서천지례’ ‘서배우례’ ‘합근례’ ‘성혼 선포’를 끝으로 신랑신부는 행복으로의 힘찬 출발을 했고 구경꾼들은 힘찬 박수로 격려했다.

행사를 무사히 마친 신랑의 말에 주변의 또 한번 웃음바다가 됐다. 
“어이~ 오늘 신방도 차려주나? 결혼했는데 신방을 차려줘야 할 거 아냐!”
“저 영감이 누구 인생 망치려고…. 신방 차리고 싶으면 집에 마누라에게 말해봐!”

시민 최영훈 씨는 “아이들에게 잊혀져가는 전통혼례식을 보여줄 수 있어 참 좋았다.”며 “가끔 휴일이나 주말에 월미공원에 오면 공연이나 체험행사가 다채롭게 진행되고 있어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부공원사업소는 전통혼례시연, 무극, 민속체험한마당 등 시민이 즐길 수 있는 굵직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